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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이 : 관리자 조회수: 7008 2011-10-10 10:56:13
도서명 : 글누림 비서구세계문학전집 2 - 아랍 단편소설선

≫ 저자 : 살와 바크르 외 지음, 조애리 외 옮김
≫ 정보 : 360면|2011.09|값 13,000원|ISBN 978-89-6327-139-2 04890



글누림 비서구세계문학전집 2 - 아랍 단편소설선

살와 바크르 외 지음 / 조애리 외 옮김
360면|2011.09|값 13,000원|ISBN 978-89-6327-139-2 04890



서구 중심의 문학창을 깨뜨리다!
구미중심적 세계문학에서 지구적 세계문학으로

글누림 비서구문학전집 2 - 아랍 단편소설선
재스민 혁명의 문화적 기원을 살펴보다

지구적 세계문학의 구축을 위한 새로운 출발
가치의 기준과 삶의 저변을 확장하는 글누림비서구문학전집


󰡔아랍 단편소설선󰡕에 실린 작품은 총 20편으로 작가군은 나라별로 다양하다. 이집트 6편, 예멘 3편, 튀니지 3편, 알제리 2편, 요르단 2편, 이라크, 시리아, 바레인, 리비아 각각 1편씩이다.

2011년 초 일명 ‘재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아랍의 민주화 운동이 아랍권을 휩쓸면서 전 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억압이 있는 곳에는 늘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아랍은 하나의 관념의 덩어리가 아니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역동적인 실체이다. 그간 우리는 아랍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했다. 이 책은 아랍(인)의 미시적 일상사와 정치적․경제적․문화적 현실, 나아가 내면심리를 이해하는 데 징검다리 구실을 해줄 것이다. 소설은 비공식적 역사인 동시에, 부조리한 현실을 초월하여 대안을 구축하는 공간이다.


1.  구미중심적 세계문학에서 지구적 세계문학으로

세계문학이란 어휘를 처음 사용한 괴테는 히브리 문학, 아랍 문학, 페르시아 문학, 인도 문학을 섭렵한 후 마지막으로 중국 문학을 읽고 난 후 비로소 세계문학이란 말을 언급했을 정도로 아시아 문학에 깊이 심취하였다. 괴테는 ‘동양 르네상스’의 전통 위에 서 있었다. 16세기에 이르러 유럽인들이 고대 그리스 로마의 정신적 유산을 비잔틴과 아랍을 통하여 새로 발견하면서 르네상스라고 불렀던 것을 염두에 두고 동방에서 지적 영감을 얻은 것을 ‘동양 르네상스’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동방의 오랜 역사 속에 축적된 문학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유럽인들이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비로소 인류의 지적 저수지에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생산된 도자기와 비단 등을 수입하던 영국이 정작 수출할 경쟁력 있는 상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인도와 버마 지역에서 재배하던 아편을 수출하면서 이를 받아들이라고 중국에 강압적으로 요구하면서 아편전쟁을 벌이던 1840년대에 이르면 사태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영국이 산업화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런던에서 만국 박람회를 열었던 무렵인 1850년대에 이르러서 비로소 유럽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13세기 베네치아 출신의 상인 마르코 폴로와 14세기 모로코 출신의 아랍 학자 이븐 바투타가 각각 자신의 여행기에서 가난한 유럽과 대비하여 지상의 천국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던 중국이 유럽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예전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고 새로운 세계상이 만들어져 가기 시작하였다. 유럽인들은 유럽인들이 만들고 싶은 대로 이 세상을 만들려고 하였고, 비유럽인들은 이러한 흐름에 저항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후에는 유럽의 잣대로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배우기 위해 유럽추종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동양 르네상스’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문명의 유럽과 야만의 비유럽’이란 도식이었다. 유럽의 가치와 문학이 표준이 되면서 유럽과의 만남 이전의 풍부한 문학적 유산은 시급히 버려야할 방해물이 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유럽인들이 이러한 문학적 유산을 경멸하고 무시하였지만 나중에서 비유럽인 스스로 앞을 다투어 자기를 부정하고 유럽을 닮아가려고 하였다. 의식과 무의식 전반에 걸쳐 침전되기 시작한 이 지독한 유럽중심주의는 한 세기 반을 지배하였다. 타고르처럼 유럽의 문학을 전유하면서도 여기에 함몰하지 않고 자신의 전통과의 독특한 종합을 성취했던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된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 인식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출발

유럽이 고안한 근대세계가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자 유럽 안팎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졌고 근대를 넘어서려고 하는 노력들이 다방면에 걸쳐 행해졌다. 특히 그동안 유럽의 중압 속에서 허우적거렸던 비유럽의 지식인들이 유럽 근대의 모순을 목격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사태는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서려는 이러한 노력은 많은 비유럽의 나라들이 유럽의 제국에서 벗어나는 2차 대전 이후에 이르러 본격화되었다. 정치적 독립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독립을 이루려는 노력이 문학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구미중심주의에 입각하여 구성된 세계문학의 틀을 해체하고 진정한 의미의 지구적 세계문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였다. 하나는 기존의 세계문학의 정전이 갖는 구미중심주의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현재 다양한 세계문학의 선집이나 전집 그리고 문학사들은 19세기 후반 이후 정착된 유럽중심주의의 산물로서 지독한 편견에 젖어 있다. 특히 이 정전들이 구축될 무렵은 유럽이 제국주의 침략을 할 시절이기 때문에 이것은 더욱 심하였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유럽의 작가라 하더라도 제국주의에서 자유로운 작가는 거의 없기에 그동안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던 유럽의 세계문학의 정전들을 가차 없이 비판하고 해체하는 작업은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서구문학의 정전에 대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비서구 문학의 상호 이해와 소통이 절실하다. 비서구 문학의 상호 소통을 위해서는 비서구 작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읽어주고 이 속에서 새로운 담론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존 정전의 틀을 확대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근본적인 전환일 수 없기에 이러한 작업은 지구적 세계문학의 구축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한다. 이 비서구문학전집은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다.


3. 재스민 혁명의 아랍 현대 단편소설의 정수를 만나다

아마도 아랍은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에서 가장 멀고 낯선 공간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스크 사원, 차도르를 입은 여성, 아라비안 나이트 등의 정형화된 시각으로 현실을 치환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랍일 것이다. 그러나 아랍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필요한 일일 뿐 아니라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슬람교는 세계적으로 가장 신도 수가 많은 종교일 뿐만 아니라 2011년 초 일명 ‘재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아랍의 민주화 운동이 아랍권을 휩쓸면서 전 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억압이 있는 곳에는 늘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아랍은 하나의 관념의 덩어리가 아니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역동적인 실체인데 그동안 우리는 아랍에 대해 무관심하고 또 무지했다. 이 책은 아랍(인)의 미시적 일상사와 정치적․경제적․문화적 현실, 나아가 내면심리를 이해하는 데 징검다리 구실을 해줄 것이다. 소설은 비공식적 역사인 동시에, 부조리한 현실을 초월해 대안을 구축하는 공간이다.
이 책의 표지사진은 모스크 사원과 검은 차도르를 걸친 여성이지만, 일단 책장을 펼치고 작품의 세계로 들어가면 독자는 복합적인 층위의 풍요로운 아랍을 만나게 된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아랍권의 정치적 현실, 실생활, 공포와 희망의 뒤섞임 등 다양한 지층과 속살을 드러낸다. 이 책을 통해 알라딘의 요술램프, 매직카펫, 동방의 매혹, 전제 정치의 온상이라는 상투적인 아랍상이 깨지고 새로운 시각이 독자에게 다가오길 기대한다. 비서구권 문학작품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것은, 탈 서구중심주의 노력의 일환이며 서구의 인식론적 폭력에 맞서는 것이고 전 지구적 불평등 해소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아랍 단편소설선󰡕에 실린 작품은 총 20편으로 작가군은 나라별로 다양하다. 이집트 6편, 예멘 3편, 튀니지 3편, 알제리 2편, 요르단 2편, 이라크, 시리아, 바레인, 리비아 각각 1편씩이다.



4. 작가 및 수록 작품

압듈 아지즈 가르몰 - 저항의 냄새
아민 살리흐 - 바리케이드
모하메드 딥 - 동료
나지와 빈샤트완 - 물웅덩이와 피아노
와지디 알 아달 - 마타임 가의 범죄
바쌈 샴셀딘 - 끝장 싸움
살와 바크르 - 나일강
핫수나 모스바히 - 거북이
라치다 엘-차르니 - 벼랑 끝의 삶
모하마드 살라 알 아잡 - 강둑을 싫어하는 보트
하싼 나스르 - 응접실 그림
사파아 에네가르 - 아메바
야쎄르 압델 바키 - 검은 고양이
만죠라 에즈 엘딘 - 광기로 가는 길
라드와 아슈르 - 대추야자나무를 보았네
하솀 가라이베흐 - 사랑의 끝
알라와 알 아스와니 - 이자트 아민 이스칸다르
바스마 엘-느소우르 - 길을 건너 간 남자
샤뮤엘 시몽 - 할리우드로 가는 길
로사 야씬 하싼 - 공기의 수호여신


5. 옮긴이

조애리 /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박종성 / 충남대학교 영문과 교수
강문순 / 한남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김진옥 / 한밭대학교 영어과 교수
박은혜 / 전문번역가․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졸업.
유정화 / 목원대학교 강의 교수
윤교찬 / 한남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이봉지 / 배재대학교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
최인환 / 대전대학교 영문과 교수


7. 글누림 비서구문학전집 출간 예정 목록

필리핀 단편소설선
라틴아메리카 단편소설선
이란 단편소설선
팔레스타인 단편소설선
인도단편소설선
중국단편소설선
이집트 단편소설선
남아프리카 단편소설선
멕시코 단편소설선
아르헨티나 단편소설선

책 소개

지구적 세계문학의 구축을 위한 새로운 출발
가치의 기준과 삶의 저변을 확장하는 글누림비서구문학전집

서구 중심의 문학창을 깨뜨리다!
구미중심적 세계문학에서 지구적 세계문학으로

1.  구미중심적 세계문학에서 지구적 세계문학으로

세계문학이란 어휘를 처음 사용한 괴테는 히브리 문학, 아랍 문학, 페르시아 문학, 인도 문학을 섭렵한 후 마지막으로 중국 문학을 읽고 난 후 비로소 세계문학이란 말을 언급했을 정도로 아시아 문학에 깊이 심취하였다. 괴테는 ‘동양 르네상스’의 전통 위에 서 있었다. 16세기에 이르러 유럽인들이 고대 그리스 로마의 정신적 유산을 비잔틴과 아랍을 통하여 새로 발견하면서 르네상스라고 불렀던 것을 염두에 두고 동방에서 지적 영감을 얻은 것을 ‘동양 르네상스’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동방의 오랜 역사 속에 축적된 문학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유럽인들이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비로소 인류의 지적 저수지에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생산된 도자기와 비단 등을 수입하던 영국이 정작 수출할 경쟁력 있는 상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인도와 버마 지역에서 재배하던 아편을 수출하면서 이를 받아들이라고 중국에 강압적으로 요구하면서 아편전쟁을 벌이던 1840년대에 이르면 사태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영국이 산업화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런던에서 만국 박람회를 열었던 무렵인 1850년대에 이르러서 비로소 유럽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13세기 베네치아 출신의 상인 마르코 폴로와 14세기 모로코 출신의 아랍 학자 이븐 바투타가 각각 자신의 여행기에서 가난한 유럽과 대비하여 지상의 천국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던 중국이 유럽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예전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고 새로운 세계상이 만들어져 가기 시작하였다. 유럽인들은 유럽인들이 만들고 싶은 대로 이 세상을 만들려고 하였고, 비유럽인들은 이러한 흐름에 저항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후에는 유럽의 잣대로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배우기 위해 유럽추종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동양 르네상스’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문명의 유럽과 야만의 비유럽’이란 도식이었다. 유럽의 가치와 문학이 표준이 되면서 유럽과의 만남 이전의 풍부한 문학적 유산은 시급히 버려야할 방해물이 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유럽인들이 이러한 문학적 유산을 경멸하고 무시하였지만 나중에서 비유럽인 스스로 앞을 다투어 자기를 부정하고 유럽을 닮아가려고 하였다. 의식과 무의식 전반에 걸쳐 침전되기 시작한 이 지독한 유럽중심주의는 한 세기 반을 지배하였다. 타고르처럼 유럽의 문학을 전유하면서도 여기에 함몰하지 않고 자신의 전통과의 독특한 종합을 성취했던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된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 인식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출발

유럽이 고안한 근대세계가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자 유럽 안팎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졌고 근대를 넘어서려고 하는 노력들이 다방면에 걸쳐 행해졌다. 특히 그동안 유럽의 중압 속에서 허우적거렸던 비유럽의 지식인들이 유럽 근대의 모순을 목격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사태는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서려는 이러한 노력은 많은 비유럽의 나라들이 유럽의 제국에서 벗어나는 2차 대전 이후에 이르러 본격화되었다. 정치적 독립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독립을 이루려는 노력이 문학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구미중심주의에 입각하여 구성된 세계문학의 틀을 해체하고 진정한 의미의 지구적 세계문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였다. 하나는 기존의 세계문학의 정전이 갖는 구미중심주의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현재 다양한 세계문학의 선집이나 전집 그리고 문학사들은 19세기 후반 이후 정착된 유럽중심주의의 산물로서 지독한 편견에 젖어 있다. 특히 이 정전들이 구축될 무렵은 유럽이 제국주의 침략을 할 시절이기 때문에 이것은 더욱 심하였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유럽의 작가라 하더라도 제국주의에서 자유로운 작가는 거의 없기에 그동안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던 유럽의 세계문학의 정전들을 가차 없이 비판하고 해체하는 작업은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서구문학의 정전에 대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비서구 문학의 상호 이해와 소통이 절실하다. 비서구 문학의 상호 소통을 위해서는 비서구 작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읽어주고 이 속에서 새로운 담론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존 정전의 틀을 확대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근본적인 전환일 수 없기에 이러한 작업은 지구적 세계문학의 구축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한다. 이 비서구문학전집은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다.


3. 베트남 현대 단편소설의 정수를 만나다

호치민이 한 유명한 말 중에 시는 전쟁과 혁명의 목적에 봉사하는 칼이 되어야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이 말은 사회주의 베트남의 문학, 영화, 조형예술이 정체성을 규정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전쟁 동안 그리고 전쟁 직후에는 사회 비판이나 예술적 실험이 허용되지 않았다. 소설의 경우에도 이상화된 주인공들을 그린 소설, 즉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모범이 되는 영웅적인 인물만 허용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지나자 아직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고 가난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통일 베트남 정부는 “도이 모이”(개혁) 정책 아래서 자유 시장경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경제개혁과 아울러, 예술가, 작가, 시인, 영화제작자들은 사회문제를 드러내는 게 허용되었고 형식에 대한 제약도 느슨해졌다. 󰡔베트남 단편소설선󰡕에 들어있는 작품들은 이러한 정책 변화 이후 창작, 출판된 것들이다.
여기 모은 열다섯 편의 단편은 과거에는 금지되어 있던 주제들을 가지고 씨름하고 있다. 전쟁의 오래가는 상흔, 사회주의적 이상과 가난과 부패라는 현실 사이의 모순, 근대화의 압력 아래 사라져가는 전통적인 사회문화적 가치들, 점점 더 커지는 빈부 간의 격차 그리고 노소 간의 격차, 성 도덕의 변화 등이 소설들의 주제이다.


4. 베트남의 따뜻한 일상을 조명하다

베트남 하면 공산주의 국가라든지, 우리가 파병을 한 곳이라든지, 현재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이는 사회라는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베트남에 대한 빈약한 정보였다. 여기 수록된 단편 소설의 새로웠던 부분은 베트남의 일상성, 공산주의로는 포괄되지 않는 봉건적 요소, 삶의 날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실주의적 스토리텔링이 주는 재미 등이다.
작품들을 살펴보면 예상대로 베트남 전쟁의 상흔(단지 월남과 월맹과의 전쟁뿐만 아니라 베트남이 캄보디아와 라오스와 했던 전쟁을 포함하여)이 베트남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추상적으로만 생각해왔던 전쟁의 상흔이 이 단편들 속에서는 일상사로서 생생하게 드러났고, 공산주의에 대한 관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교조적이지 않았다. 「작은 비극」에서는 베트남 북부의 공산화 이후, 지주에 대한 증오 때문에 남쪽에서 북쪽으로 온 신병(新兵)들이 병석에 누워 죽어가는 주인공의 아버지를 돌로 쳐서 죽이며 약자인 숙모와 갓난아이인 그의 아들을 박해한다. 작가는 신병의 관점이 아니라 박해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한다. 「전지전능한 달러」는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를 솔직하고 원초적으로 드러내 충격적이었다. 돈 때문에 쌍둥이 형제와 며느리끼리 칼부림을 하고, 외국인과 국제결혼을 하며, 이념을 버리고 홀연히 돈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6․25 전쟁 이후 한국인들을 연상시키는 작품 속 인물들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본능을 따르는데, 어찌 보면 생경하고 조야해서 더 직접적이고 피부에 와 닿기도 한다. 호 안 타이의 「음식쓰레기와 욕정」은 모든 음식물 냄새를 맡아내는 재능을 지닌 부인(냄새 여도사)이 음식 쓰레기통 찌꺼기의 냄새 추적을 통해 남편의 바람기를 기어코 찾아내어 분풀이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인은 후각에 의해 지배를 당하는 일종의 동물로, 그리고 남편은 욕정에 지배를 당하는 또 다른 동물로 제시되고 있다. 전후 베트남을 재건할 전문가들은 없고, 냄새나는 곳을 찾아 킁킁거리는 사냥개로 전락한 부인과 욕정에 내몰리는 남편의 삶을 통해 작가는 베트남인들의 비루한 삶과 암울한 현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삶의 비루함과 부조리를 전달하는 작가도 있다. 뉴엔 녹 투안의 「경비원」은 모기와 쥐만 사는 텅 빈 상점에 든 도둑의 칼에 찔려 죽은 소년 경비원의 비극적 삶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삶의 부조리’ 혹은 ‘부조리한 삶’을 조명한다. 트럭운전수인 화자는 죽은 소년 경비원이 상점에 뭔가 대단한 보물이라고 든 것처럼 믿고 죽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특히 “오늘, 상점 앞에는 공석 중인 경비원 일자리를 알리는 쪽지 한 장이 달랑 매달려 있었다.”라는 ‘언더스테이트먼트’(과소진술)의 마지막 문장은 한 인간의 삶의 무익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감정을 배제한 건조체 문체, 빠른 속도의 사건 진행, ‘예상치 못한 결말’(surprise ending) 등도 삶이 부조리하다는 느낌을 강화한다.  
가족 및 여성에 대한 관점은 공산주의 이후에도 여전히 봉건적인 측면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주로 전쟁으로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에 대해서는 그녀들의 재혼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여전히 시댁의 가족 구성원으로 여긴다. 「엄마와 딸」은 전쟁의 상흔과 후유증(가족해체, 경제적 곤궁, 상실감, 외로움 등)이 작품 전반에 스며있는 작품이다. 여주인공 듀엔은 전쟁으로 사랑하는 남편을 젊은 나이에 잃고 두 자식을 키우며 홀로 사는 외적으로는 강하지만 내적으로는 외로운 여자다. 그녀는 재혼을 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재혼을 불명예로 여기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소망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 아들 투안은 참전하기 위해 군대에 자원입대했고, 시어머니는 전사자 유족에게 나오는 얼마 되지 않는 연금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그녀에게 청혼을 하는 소령도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이며 자신의 어머니가 죽은 부인과 자기 사이에 태어난 딸을 키운다. 여성의 재혼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듀엔이 남편과 사별 후 새로운 남자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그녀는 자식, 시어머니, 그리고 사회적 압력 속에서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자신의 욕망을 거의 포기하게 된다. 호 안 타이의 「남편의 파편」의 여주인공의 경우는 더욱 극단적이다. 남편과의 사별이후 미망인은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남편에게서 떨어져 나온 하나의 파편으로 규정된다. 가족 관계를 들여다보면 부부관계보다는 모자관계가 더 강한 유대를 지닌 것으로 그려져 있다. 주인공은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아내에 대한 사랑이 커진 것은 아니라고 고백한다. 「츄아 마을의 더블 베드」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 받은 아내가 의식적인 차원에서는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회상 속에서는 현재의 가족관계에 머물고 싶어 하는 양가적 욕망을 잘 보여준다. 버림받은 아내로서 문제의 근원을 남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는 여러 시도가 반복된다. 어린 시절의 회상, 남편과의 첫 만남 회상, 남편의 옛 애인 방문 이 모두가 남편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반성인 동시에 자신에 대한 암묵적인 반성이다. 사별한 여성이 남편의 파편에 그치듯이, 버림받은 아내는 공개적으로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베트남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여성으로서의 고민과 갈등이 실감 나면서도 다른 한편 봉건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이랄지 근본적인 의문 제기가 없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단편소설선에서는 전반적으로 사실적인 스토리텔링이 주류를 이룬다. 식민지로부터의 독립, 미군과의 전쟁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가족사를 단편에 담아내려 하다 보니 불충분한 점도 있고 미학적 측면을 고려하기보다는 스토리 전달 위주의 작품이 거의 압도적이다. 예를 들면, 「투옹」은 세 남자(손자, 그의 아버지, 그리고 외할아버지)의 눈에 비친 한 젊은 여인의 성적 매력에 관한 이야기로 너무 생경하여 당혹스럽기 조차한 이야기다. 예술과 외설, 도덕과 비도덕의 구분을 넘어 남자들의 원초적인 욕망 작동에 주목한 작품이다. 그러나 때로는 사실적인 스토리텔링을 넘어선 이야기들도 곳곳에 반짝인다. 「츄아 마을의 묘지」는 죽음 이후 묘지에서의 일상과 뼈 조각들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유머러스한 이야기다. 살과 핏기가 없는 뼈들이 환생한 듯 서로를 알아 볼 수 있다는 설정이 기발하다. 죽은 자들이 무덤 속에서 비로소 평안을 누리기를 원하지만 묘지에서도 산 자들의 권력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베트남 작가들은 투쟁과 상흔으로 얼룩졌지만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베트남의 삶을 사실적 스토리텔링이나 판타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생생하고 절절하게 전하고 있다.



<비서구문학전집 출간 예정 목록>

필리핀 단편소설선
이란 단편소설선
팔레스타인 단편소설선
인도단편소설선
중국단편소설선
이집트 단편소설선
남아프리카 단편소설선
멕시코 단편소설선
아르헨티나 단편소설선







sitemap login home 사이트맵 관리자 메일 이용약관 개인정보 보호정책 사이트이용안내 도서출판 역락은 글누림출판사의 모회사로 '국문학의 새물결, 한국학의 새바람, 인문학의 새시대'를 모토로 1999년 4월 19일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